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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레시피

눈은 귀보다 더 정확한 증인이다

by 주니꼬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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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귀보다 더 정확한 증인이다”
《헤라클레이토스》


2500년을 거슬러 현인들의 지혜를 들어보다
https://www.hani.co.kr/arti/PRINT/66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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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i.co.kr


(본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탈레스 외 지음. 김인곤 외 옮김. 아카넷 펴냄

군대 관련 속설은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남자는 군에 다녀와야 철 든다’가 대표적인 사례지만, 요즘 부쩍 사용 빈도가 높아진 ‘극복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즐겨라’ 역시 억지에 가깝다. 이와 맥락은 비슷하되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걸 견뎌라’는 세네카의 격언이 사리에 맞다. “저항할 수 없는 악에 맞서 고통을 경감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숙명에 굴복하며 참는 것이다.”

현대인의 얄팍함에 견줘 옛 현자의 지혜로움이 빛나기는 네로 황제 시대의 로마 철학자뿐이 아니다. 세네카보다 5, 6백년 앞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견해 또한 설득력이 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에는 기원전 5, 6세기에 활동한 철학자들의 지혜가 살아 숨쉰다. 그들이 남긴 삶의 지식은 오늘날에도 생활의 지혜로 쓸모가 있는데 이른바 7현인의 잠언 중 몇을 보자. “같은 신분의 사람과 결혼할 것. 더 나은 신분의 사람과 결혼하면 주인을 얻는 것이지 가족을 얻는 것은 아닐 테니까”(클레오불로스), “성급하게 친구로 삼지 말라. 일단 친구로 삼은 자라면 성급하게 물리치지 말라”(솔론), “설령 빈곤하더라도, 큰 이득이 되지 않는 한 부자들을 비난하지 말라.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을 부유하다고 해서 칭찬하지도 말라”(비아스).

더러는 동양적 사고 또는 세계관과 상통하기도 한다. “눈은 귀보다 더 정확한 증인이”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진술은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다. 엠페도클레스와 피타고라스는 윤회를 이야기한다. 엠페도클레스는 “이미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으며, 덤불이었고 새였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말 못하는 물고기였”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이 전하는 포톤스 사람 헤라클레이데스의 증언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전생에 아이탈리데스로 태어나 헤르메스의 아들로 여겨지다 에우포르보스로 환생한다. 에우포르보스가 죽자 헤르모티모스가 되었다가 델로스의 어부 퓌로스로 태어난다. 그리고 마침내 퓌로스에서 피타고라스가 되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얽힌 일화의 전거를 알려준다. 가령, 천체 관측을 하느라 하늘을 쳐다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진 탈레스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출처는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다. 천체 연구를 통해 올리브의 풍작을 예견한 탈레스가 올리브 짜는 기계를 값싸게 빌려 큰 돈을 번, 철학자의 돈벌이 수완을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예화의 출전은 플라톤의 <정치학>이다.

이제 ‘소크라테스 이전’에 담긴 함의를 살필 순서다. 시대 구분의 잣대가 될 만큼 서양 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의 위치는 굳건하다. 철학의 시조로 통할 정도다. 게다가 그는 플라톤이라는 똘똘한 제자까지 두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사후에 누리는 이런 영예가 그의 역량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은 덕분은 아닐런지.

이 책은 거의 신화 상의 인물인 오르페우스부터 소크라테스보다 한 해 전에 태어난 데모크리토스까지 고대 그리스의 애지자 30여명의 전승 단편을 추려 엮은 것이다. 우리가 이 책에 단편이 실린 “사상가들의 원 저작을 직접 접할 수는 없다.” 또 이들에게는 소크라테스의 유지를 받들어 후세에 전한 플라톤이 없다. 후대의 저자들이 여러 작품 속에 부분적으로 인용한 단편적 내용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래도 나는 ‘소크라테스 이전’에 담긴 함축적 의미에 이 책의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자유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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